[기자수첩] 남부내륙 고속철도 개통은 통영에 있어 분명 ‘기회’다. 수도권에서 남해안까지 이동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관광객 유입 역시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멀어서 못 가는
도시’였던 통영이 ‘당일방문이 가능한 도시’로 바뀌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묻지 않을 수 없다.통영은 과연 그 변화를 ‘기회’로 만들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지금의 통영 관광 구조를 보면 우려가 앞선다. 케이블카와 동피랑, 한산도 등 주요 관광지는 이미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지만, 대부분 관광객은 짧은 시간 머물다 떠난다
이른바 사진 찍고 떠나는 관광’이다. 방문객수는 늘어도 지역에 남는 소비는 제한적이다. 고속철이 개통되면 이 현상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접근성이 좋아질수록 체류시간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하나다.‘얼마나 많이 오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체류형 관광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단순한 볼거리 중심에서 벗어나 숙박, 체험, 음식, 야간 콘텐츠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산대첩이라는 역사 자원을 단순한 축제에 그치지 않고, 상설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통영의 예술·음악 자산 역시 관광과 연결되지 못하면 그저 ‘좋은
콘텐츠’에 머물 뿐이다.
교통과 동선 문제도 중요하다. 고속철이 들어오면 ‘역에서 어디로,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가 곧 도시 경쟁력이 된다. 역과 주요 관광지, 숙박시설, 상권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교통체계가 없다면 관광객은 머물지 않는다. 이동이 불편한 도시는 선택받지 못한다.
지역 상권 역시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처럼 단기 방문객 중심의 소비 구조로는 고속철 효과를 온전히 흡수하기 어렵다. 지역 특산물과 음식, 기념품이 ‘머물고 싶은 이유’가 되도록 상품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관광은 결국 소비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관광객이 늘어도 정작 통영에서 일하고 살아갈 청년이 없다면 지속 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다. 관광산업을 기반으로 한 양질의 일자리, 창업 환경, 정주 여건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통영은 ‘사람은 떠나고 관광객만 스쳐가는 도시’로 남게 될 것이다.
남부내륙 고속철도는 통영의 판을 바꿀 수 있는 결정적 계기다. 하지만 철도는 단지 길을 열어줄 뿐, 도시의 미래까지 책임져 주지는 않는다. 준비된 도시만이 기회를 잡는다.
다가오는 6월 3일 지방선거에서도 이러한 지역의 과제들이 단순한 공약 나열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충분히 논의되고 협의되기를 기대한다.
지금 통영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관광객이 아니라, 더 오래 머무는 도시로의 전략적
전환이다.김대용기자